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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날개 히요Hee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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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가 몇 가지 생겼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추단하건대, 내가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안영미 흉내를 잘 내는 모양이다. 연수원 같은 조에 있는 언니오빠들의 평소 행동거지도 곧잘 따라하는 것 같다. 언제나 유쾌하고 밝은 사람이라는 낯간지러운 평가마저 이제는 익숙하다. 확언은 못 하겠지만 내 성격이 그리 재롱을 떨어대는 쪽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재롱을 부리면 남들이 예뻐해주니까 또 재롱을 부리고 해서 어느덧 나는 어색하면 재롱부터 부리는 아이가 되었... 여섯 살도 아니고 스물여섯 살인데 별일이 다 많다. 연수원까지 함께 오게 되어 이제는 징글맞은 Y선배는, 너는 이제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되었다며 역정을 내시었다. 다 제 불찰입니다 선배님. 어제는 다소 정신이 없었다. 날씨가 많이 흐리지도 않았는데 을씨년스러웠다. 신념이 강한 분임은 알았으나 나와는 신념의 방향이 다른 듯하여, 지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신이 나 즐거워하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었던 사람... 꿈 속의 나는 현실보다 몇 배는 살쪄 있었다. 움직임이 둔했고 머리도 모자랐다. 머리가 모자라다 보니 세상이 버츄얼 게임처럼 보였다. 모든 것이 너무 휭휭거리며 빨리 지나갔다. 둔한 나는 힘들었다. 여기 있어도 좋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몇 번을 물었다. 현실보다 꿈 속에서 훨씬 날씬하고 활기찬 여동생이 나를 이리저리 끌고다녔다. 고마운 일이었지만 짜증이 났다. 여동생이 활기찰수록 나는 점점 둔해질 따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꿈 속의 내게는 적시에 짜증을 표현할 만한 순발력이 없었다.ㅡ갑자기 여동생과 함께 스키장에 갔다. 두꺼운 눈발이 모두 내게로만 날아오는 듯하였다. 눈앞이 흐려져서 내 발조차 못 가누고 눈밭을 구르고 또 굴렀다. 조금 있다가는 갑자기 여동생이 차에 나를 태우고 어디론가 향했는데, 이번에는 차가 뒤집어져 깊은 강에 빠졌다. 이번에도 눈앞이 흐려져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꿈에서 정신을 차리니 누군가가 나를 발가벗겨 햇볕 내리쬐는 널판지에 빨래 널듯 비스듬히 널어 놓았다. 나는 저항 없이 볕에 몸을 말렸다. 누워서 보는 하늘은 어지러우리만치 생경하였다. * 차가운 3월과 4월을 지나, 일산에도 갑작스레 여름이 왔다. 볕이 블라인드도 넘고 창문도 넘어 맨발로 쳐들어오는 통에 기숙사도 슬슬 덥다. 허나 내 옷장에는 아직 못 입어 본 봄옷들이 겹치기로 걸려 있으니, 큰일이다. 아무래도 내 봄옷 벌수는 봄날의 날수보다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여름에도 봄옷을 입는 수밖에 * 근래의 낙서들 : 아테네로, / 나는 너무 나의 사정만을 돌보고 있지는 않은가 / 특정인이 좋아지지 않고, 이 사람도 좋고, 저 사람도 좋다. 이는 아마도 아버지로부터의 유전. 아버님 가라사대 그렇게 만나는 족족 다 좋아 보이면 당신처럼 결혼이 늦는다 했다. / 물리적으로 눈이 점점 나빠지는 것 같다.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겠다. /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겠다. 어째 점점 자신이 없다. 차라리 랜덤으로 남자를 고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인가 후배에게 전화를 해서 이런 사정을 토로했더니, 후배가 "언니 옆에서 버티면 다 좋은 사람 아닌가요?"라고 했다. 요게... /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는 듣는 이의 허를 찌르는 명곡이다. 하우스룰즈의 '37th Avenue'는 뜻은 잘 모르겠지만 신나고 좋다. 기다려지는 노래. ![]() SCOTT HITCHCOCK, 'I Don't Get It' * 내가 보기에 나는 이제 슬슬 껍질이 벗겨지고 본색이 드러나는 중이다. 좋은 현상이라 믿고 싶다. 하긴 애시당초 내 껍질이라는 것도 그렇게 견고한 건 아니었지 싶다. 보드게임에서 블러핑을 하다가 알았다. 나는 속마음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데 재주가 있는 인간은 아니었다ㅡ심지어 손을 달달 떨 줄은...! 사법연수원에 처음 들어온 날로부터 거진 1주가 지났다. 그런데 초반의 결의가 무색하게도 1주만에 향수를 이기지 못해 주말을 틈타 집에 다녀왔다. 24인이 목-금으로 다녀온(교수님까지 치면 25인) 조엠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집으로 향한 것이었다. '향수를 이기지 못해', 그런데 따져 생각해 보면, 대체 무엇에 대한 향수인지도 모르겠다. 생각건대 이것은 아마 향수가 아니다. 익숙지 않은 것에 대한 생떼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 연수원이 어떤 곳인지 전혀 모른다. 내게 이곳은 아직 그냥 정장 입은 사람들의 총체이다. 이름조차 외지 못한 사람들이 영상의 형태로 머리 속을 내달려 간다. 그러한 영상을 생각하자니, 왠지 울컥하면서, 무언가가 그립고 무언가를 때려치고 싶다. 풀독 오르듯 사람독이 오르는 것 같다. 폭탄주의 부작용을 온몸으로 겪을 때, 이를테면 남의 주사를 받아낼 때나 얼굴에 침이 잔뜩 튀었는데도 당장은 웃다가 나중에 닦아내야 할 때나 어깨며 손 같은 나의 부분들이 남의 손을 마구 탈 때 등에는 특히 그러하다(혼란스러운 순간들이라 아니할 수 없다)ㅡ그러나 차라리 고맙게도,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나뿐 아니라, 술 권하는 사회다 보니, 새로운 인간 풀에 던져져 적응하려 애쓰려 하는 사람이라면 대개들 겪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뭐가 울컥 올라올 줄은 몰랐다. 한 번 더 잘 해내야 할 텐데, 걱정이다. 요는, 사람독 잘 오르는 체질인 주제에 사람을 너무 좋아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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