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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대추리

<연합뉴스 : 철조망을 자르는 시위대>

인터넷 돌다 보면 중도 좌파쯤의 글이 가장 눈에 많이 띄는데, 대체로 논리가 착착 들어맞는 편이고 특히 명분이 훌륭하다. 운동권은 명분과 행동력이 생명 아니겠는가. 그러니 우파인 나로서는 사실 부담스러워서 정치성 포스트는 잘 못 쓰겠다. 우파 망신 안 시키려면 포스트 성실하게 써야지... 개인적으로는 중도보수라고 생각하지만, 글쎄. 남들이 보면 어떨지 - 특히 대추리 사건에 즈음하여 대미관계에 대한 생각을 밝히자면, "팍스 아메리카나를 인정한다. 기왕이면 착실히 굽혀 주되 가끔씩 비싸게 굴자. 그리고 영국이나 일본처럼 단물은 좀 빼먹자" 이 정도이다.

조선이 청나라의 바로 옆에서 '칙사 대접' 해 가며 버텨왔듯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의 입장에서 패권을 쥐고 있는 국가를 상대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처음부터 카드 배분이 불공정해서, 웬만해서는 명분과 이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카드가 손에 떨어지지 않는다. 할 수 있는 한 현명하게, 자존심을 꺾으면 국익이라도 챙겨야 하고, 국익을 포기할 때는 자존심이라도 세워야 한다. 결국 외교란 게임이다. 그리고 게임의 룰은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이라크에 파병해야 했고 지금은 평택의 마을을 비워 주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미국의 속국이거나 식민지여서가 아니라, 미국의 국가정책을 앞에 두고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적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실 요즘 대북군사시설확장에 예전만큼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북핵 문제에다가 달러 위조 문제도 있고 해서 금융압박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꽤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한다. 작년 9월 미 재무부가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를 북한의 불법 돈세탁 채널로 지목하고 북한이 예치해 둔 2400만 달러를 압류한 이후, BDA는 사실상 예금 인출 사태인 뱅크런(bank run)을 당했고, 한국과 일본 은행은 물론 전 세계 거의 모든 은행들이 BDA와의 거래를 중단했다(이교관, '미국, 대북 금융압박 효과 봤다', 주간조선, 2006년 5월 8일 발행 : 주간조선에서는 사실만을 인용하기로 한다).

이렇게 되어 견디다 못한 BDA가 마침내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함으로써, 북한의 온라인 대외 자금 결제는 사실상 마비되었다. 달러가 있어도 물품을 사지 못한다고 한다. 그간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마다 당 간부라면 말단에까지 양주 한 병씩 돌렸다는데 그것도 못 돌려서 겨우 김정일의 핵심 측근들 정도에게만 돌렸댄다. 안습... 그래서 작년 말부터 우리 정부는 미국에 대해 대북 금융 압박을 해제해 달라는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다고 한다. 출처는 여전히 주간조선이지만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의 주장이라니 완전히 허튼소리는 아닐 것이다. 물론 미국은 생각 이상의 효과를 거두어 기뻐하고 있는 중이므로 우리 정부가 해제를 요청하든 말든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카드와 우리의 수읽기

이렇게 되어, 지금 상황에서 미국이 쥐고 있는 대북압박카드는 크게 세 가지다 : ① 금융 압박을 계속한다. ② 북한의 인권문제를 핑계로 사법문제 등 북한의 내정에 간여한다. ③ 군사력을 증강하여 압박한다.

셋 다 북한 입장에서는 괴로운 얘기다. 그리고 하나만 하든, 둘만 하든, 셋 다 하든 미국 마음이다. 사실 나는 미국이 셋 다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도 이제 정신차리고 그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북한의 국력을 끌어올려서 대등한 입장에서 평화통일? ...북한 정부가 지금보다 100000배 정도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는 한, 북한 국력을 궤도에 올려 주려고 휴전선 너머에서 노력해 봐야 별다른 결과물은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행정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사이는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_- 남북이 무슨 초등학교 짝꿍도 아니고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 북한과 우리의 역학관계에서는 결국 흡수통일을 할 수밖에 없다. 평화통일이라고 주장해도 남들이 흡수통일이라고 부를 것이다. 나는 흡수통일이 왜 평화통일과 다른 말인지 알지 못한다. 독일도 흡수통일한 것은 두말하면 입 아프고

그러나 우리 정부는 나와는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즉 북한에 대한 압박은 필요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금융 압박이 나날이 심해져서 북한이 죽을 지경이니까, 그걸 일단 풀어 주고 잘 구슬려서 다시 한번 대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북한과 대화를 하면 둘이 사이가 좋아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부에 대한 국민지지도가 올라가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에 대추리에서 우리 정부가 생전 안 부르던 군대까지 불러 가며 언제 이렇게 행동력이 있었나 싶게 서두른다는 것, 국민과의 대화를 좋아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 문제에 있어서는 나설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 등등의 정황으로 보건대, 아무래도 북한에 대한 미국의 금융 압박을 완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이것도 카드 선택인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금융압박카드를 돕거나 군사력증강카드를 돕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 우리가 선택한 카드는 군사력 증강 쪽인 것 같다. 미국의 관심을 주한미군 병력 증강 쪽으로 돌리고, 간접적인 금융 압박을 줄이는 것.

주한미군에 협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미군이 우리 전력에 보탬이 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군의 상징성이다. 주한미군은 단순한 군대라기보다 한-미 동맹의 상징물이다.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는 80여개국이라고도 하고 160여개국이라고도 한다(어째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는 잘-_-;;). 여튼 이들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그것은 곧 미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전쟁이 되기 때문에(미군=자국민이 위험에 빠지므로), 미국은 UN 총회나 안보리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참전할 수 있다. 즉 미국은 전쟁이 일어나면 시간 끌지 않고 참전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머나먼 타국에 자국군을 들여보낸다. 꼭 이것이 좋은 것인지는 별문제로 하자. 평화로울 때는 상당히 안 좋지만 전시에는 좋은 것이므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어쨌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주한미군의 효용성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문제는 단지 지금 주둔해 있는 미군의 총병력과 무기는 이 정도이므로 없어도 잘 싸울 수 있네 마네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사시 미군이 참전하는 근거 및 참전까지 걸리는 시간, 동맹관계의 대외적 표현의 중요성 등 대미관계 및 대북관계의 제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추리에 미군기지를 크게 지어서 한국에 미군이 많이 주둔하게 되면 미군이 참전하는 근거 자체는 변함이 없지만 즉시 참전할 수 있는 병력이 많아지고(현대전은 완전히 시간싸움이다), 대외적으로는 한미동맹관계가 공고한 것으로 표현된다.

또한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에 대해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공고한 한미동맹관계를 강조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그걸 새삼 강조해서 어디다 쓰겠나 싶기도 하지만 북한이 지금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어 태양절에 양주도 못 돌리고, 온라인거래가 막혀서 국경에서 돈과 물품을 맞바꾸는 맞돈치기로 먹고 살고 있다는데 물심양면으로 도와줘야지 않겠는가. 사실 금융압박이 지나치면 북한주민에 대한 착취가 심해질 것이므로 우리가 동포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지나친 화풀이는 말려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무작정 반대하기 전에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나가라, 양키고홈 같은 것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 우리 북쪽에 있는 것은 국경이 아니라 휴전선이고, 전시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서 있다. 평화를 사랑하는 것과 전쟁에 대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전쟁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 평화주의자라면, 평화주의자가 아니라 감상주의자일 뿐이다.

유사시에 외국군이 참전하는 데 UN승인 받고 어쩌고 하느라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국민이 많이 죽는다는 뜻이다. 참고로 6.25 때 한반도에 파견된 UN군은 UN군이 아니었다. UN이 정식으로 결정해서 파견한 군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PKO로 할지 뭘로 할지, 휴전선이 그어지는 그날까지 논쟁하고 있었다. 미국이나 터키 등이 파병한 것은 독자적 결정이다(지금은 UN이 세져서 그때처럼 나라 단위로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하긴 외국 군대 따위의 도움은 필요 없고 우리 땅은 우리 피로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던데, 그 고결함 앞에서 나같이 죽기 싫어하는 속물은 그저 감복할 뿐이다;;; 자기 목숨만 목숨인 건 아니지 않은가. 결연하게 앞장서서 나도 죽으니 같이 죽자는 식의 리더쉽은 멋있긴 한데, 오늘날에 와서는 할 짓이 못 된다. 최대한 많은 목숨을 지키는 것이 리더의 책임이다.

대추리 미군기지 설치 강행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라면, 대추리 문제는 하는둥마는둥 진행하면서 미국의 금융압박을 계속 가만히 두는 것, 하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정부가 북한주민을 착취하는 거야 북한정부탓이지 우리 정부 탓도 아니고, 북한이 달러로 온라인결제해서 쌀사오는 것도 아니고 하니 애꿎은 우리 농민들을 범법자 취급하며 급하게 쫓아내는 것보담 이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비슷한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에 대해 협조적으로 나가는 쪽을 선택했다. 북한 입장에서 보자면 당장 어려운 경제상황이 문제이니 기왕 병력으로 상대가 안 되는 마당에 주한미군이 규모를 늘리는 것 정도는 용인할 만 하고,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북한의 가려운 곳을 알았으면 잘 긁어 줘야 말이라도 걸 수 있으니 대추리 문제 쪽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 지금 대추리 문제 때문에 시끄럽지만 북한과 정상회담만 한번 더 성사시키면 지지율은 문제없다 -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짐작이 지나친가? 제발 지나친 짐작이었으면 좋겠다-_-;

...대추리 주민이 희생해야 하는 메커니즘은 대략 이런 것이다. 듣자하니 이번 사건이 9년만에 최대 공안사건이라는데 법을 어긴 것에 대해서는 입건이 필요하겠지만, 땅에서 쫓겨가는 농민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by ipSum | 2006/05/07 16:51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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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능이 민주의 탈을 쓴 결과가 평택이다
민주주의는 어떤 정체 못지않게 바람직한 정체다. 단, 조건이 있다. 민주주의가 바람직한 정체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서로 상충하는 다양한 민의를 슬기롭게 담아낼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이 담보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과연 이같은 역량을 담보하고 있는가?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이 정부는 무능하다. 그러나 무능은 적어도 죄악은 아니다. 무능보다 더 나쁜 것은, 무능을 숨기려 하는 행태다. 무능에서 비롯된 스스로의 갈짓자 행보를 일컬어 '이것이 민주다'며 .....more

Linked at All you need is .. at 2007/09/11 01:15

... 1. 추천글 : 벌레 이야기와 밀양, 전도연 [하품님](07년 6월 6일)   지난 추천글 보기 선택, 대추리 [ipSum님](06년 5월 20일) 왕의 남자: 과거를 바라보는 척 현재를 비웃다 [lyh1999님](06년 1월 20일) 울산 북구 주민 여러분께 [산하(s ... more

Commented by 부단뽀이 at 2006/05/07 20:57
몇 년내로 북한이 무너지는 게 정부는 두려울 겁니다. 저도 그렇구요.
Commented by 부단뽀이 at 2006/05/07 21:02
그리고 미군은 빠지는 게 좋습니다. 전쟁이 나든 안 나든 말이죠. 피값은 절대 공짜가 아닙니다. 뭐, 미군이 절대 나가지는 않을 거니, 세게 나가도 된다고 봅니다. 가끔 보면 우리 정부는 미국에 알아서 기거든요. 그게 맘에 안 들어요.
Commented by ipSum at 2006/05/07 21:19
어차피 무너지지 않겠습니까 이거...@@

그리고 피값은 미국의 패권을 인정해 주는 것으로 끝이라고 봅니다. 패권에 옵션이 좀 붙습니다만, 차차 나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죠. 미국, 미국, 어디에나 '미국'이 있는 것이 문제라고도 하지만 이제 지구상에 미국 없는 일은 없습니다. - 우리 정부가 아무것도 못 챙기고 알아서 기는 것은 저도 마음에 안 듭니다. 때로는 세게 나가야 쟁취할 수 있는 것도 있는데 말이죠 :(
Commented by 좌파유행 at 2006/05/07 22:06
좌파들은 논리라기보단 주로 감정에 호소하는 수법을 취하는 것 같더군요. 얼추 그럴싸하게 쓰인 그 논리란 것도 잘 읽어보면 이성보다는 이 나라 역사에 기반한 원초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려는 선동적 용어들로 가득. 제 2의 광주사태니, 계엄이니, 폭압의 희생이니, 민중의 눈물이니, 뼈를 묻는 땅이니, 흩뿌려진 피와 살이니 ..등등...그 용어 하나하나 얼마나 처절하고 숭고합니까. --;;;;;;;;
정치 권력의 대리자(?)인 전경들의 폭압(?)에 부상당한 농민들이나, 강압적(?) 공권력에 의해 땅을 푼돈에(정말?) 강탈(?)당한 노인분의 눈물부터 보여주면서 그들이 얼마나 가엾고 불쌍하게, 그리고 일방적으로(과연?) 당하고 있다고 부각시키고, 그러면서도 먼저 진입해 들어온 무장 시위대 죽창에 찔려서 실명위기까지 다다른 젊은이들의 참상은 싹 무시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Charles at 2006/05/07 22:45
대미관계를 통한 대추리에 대한 접근은 또 다르군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링크 신고합니다.
Commented by ipSum at 2006/05/07 23:38
좌파유행 님 : 선동가들의 화술이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레닌씨가 그렇게 고수였다죠. 제2의 광주사태라...-_-;; 이거 넘어가겠는데요. 저는 그런 글 못 봤는데;; 온건하고 좋은 글만 봤나 봅니다

시위대의 폭력성 문제는 다른 글도 많이 있고 해서 일부러 피하긴 했지만(그래서 사진도 온건한 것 썼구요...) 시위대가 2m짜리 죽창 들고 군부대와 대치하는 사진을 보니 섬찟하더군요. 민간인 상대로 군인이 철조망 지키지도 못하고 30명이나 부상을 입다니, 그 자체가 과격하게 행동한 것은 시위대였고 군부대는 소극적 대처에 그쳤다는 사실의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ipSum at 2006/05/07 23:42
Charles 님 : @@; 감사합니다 :D 자주 뵈어요
Commented by Charles at 2006/05/08 01:59
반가워 해 주시는 덧글 아래 곧바로 민감한 덧글을 달아 죄송합니다,

시위대와 전경의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과격한 시위대의 폭력에 상처받은 젊은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우파 언론의 논조도 선동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평택에 거주하며 대추리에도 몇 번 간 적이 있는 저는 촛불시위를 하거나 비무장의 인권운동가들을 불법 체포할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정작 시위대의 20배가 넘는 군인과 경찰들이 투입되어 충돌이 벌어질 때는 시위대의 폭력성을 비판한은 것을 보고 애매한 기분이 듭니다. 폭력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쪽에서 강제력을 동원하면 충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Commented by ipSum at 2006/05/08 02:15
예 그런데 사실 좌파 언론이나 우파 언론이나 둘다 피와 살에 집중하는 것 같아서;;; 위에도 잠깐 썼지만 폭력 문제는 정말 일부러 피했습니다. 저와 다른 생각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논지가 흐려질까봐 피한 거예요 하지만 기왕 판 벌려 주셨으니 몇문단 쓰겠습니다 ㅋ

제게 분명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군인이 쓸 수 있는 폭력의 정도와, 시위대가 쓸 수 있는 폭력의 정도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군인들이 총칼 쓰면 안 된다는 사실은 정부도 알고 군부도 알고 다 압니다. 그래서 20배의 인원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시위대 한사람당 몇 명씩 붙어서 팔다리 잡고 떼어내야 했거든요. 결론적으로 이번에 군인들이 쓴 폭력은 군인이 쓸 수 있는 폭력의 정도를 넘지 않았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ipSum at 2006/05/08 02:15
반면 인터넷도 발달한 시대에 시위대의 실력행사는 "이러한 주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위대가 붉은 손에 죽창을 꼬나들고 총칼 쓰지 못하는 군인들과 대치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이미 시위가 아니라 저항권 행사입니다. 적어도 저는 대한민국 참여정부의 민주주의를 신뢰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저항권은 최후의 수단으로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연 지금이 최후의 수단을 쓸 때인가 하면...글쎄요
Commented by 음지인 at 2006/05/08 10:37
보상은 충분히 해줬구요. 저희 땅에 미군기지가 들어서지 않는게 통탄할 정도로 로또를 맞으셨습니다. 평당 평균 17만원에 국방부에서 수용했구요(시가는 4만 5천원), 평균 6억에 최대 26억의 보상금을 받는다는군요, 물론 땅도 집도 없는 소작농에게도 최소 8000만원 이상의 보상을 해준답니다. 하긴 8000만원은 강남에 아파트 한채 살 수도 없는 아주 적은 돈이지요^ㅁ^ 무장 폭도들의 논리가 평생 그자리에서 농사 짓다가 하루아침에 쫓겨난다는게 말이되느냐면서 버티는데, 무슨 토지 수용이 평택에만 적용하기 위해서 하루아침에 날치기로 만들어낸 법도 아니고 평택에서 처음하는것도 아닌데 왜 이난린지 모르겠습니다.(모를리야 있겠습니까만은)
Commented by ipSum at 2006/05/08 20:02
-_-;;; 그건 좀 많네요 그런 선례 만들어 두면 앞으로 토지수용하기 힘들텐데

...일반인의 표준인 우리 어머니께 음지인님 댓글을 읽어드렸더니 계속 부러워하고 계십니다
어째 씁쓸하면서도 좀;;;
Commented by azreal at 2006/05/08 21:33
아! 한국이 저럴수가 있네요. 한미 관계에만 정신팔려 있는데 북한을 깜빡했습니다. :) 이제 술좀 그만마시고 교육학 책좀 보려고 하는데 이번주가 학교 축제더군요....다음주로 공부 시작 시기를 미뤄야..삐질;;;;;(이미 두달 미루고 있는...)
아참 그리고

음지인//부안 사태도 그렇고 천정산 일도 그렇고 좀 넓게 보자면 새만금 일도. 조금 이슈가 될만한 땅과 관련된 일은 문제가 발생하네요. 그 때마다 공통된 불평이 "정부가 협상의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라고 들은 거 같아요. 물론 지금도 이렇게 사태가 커지기 전부터 그런 소리가 있었던 걸로 압니다. 왜 정부는 항상 고압적으로 대해서 사태를 크게 만들까요. 흠냐흠냐.
Commented by ipSum at 2006/05/09 00:39
그리 정확하진 않습니다ㅎㅎ FTA도 뭔가 있어 보이는데 도저히 모르겠고-_-
국민한테 떨어지는 정보라야 대개 찌꺼기뿐이라...

우리나라 사람들과 땅의 관계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죠.;
Commented by ipSum at 2006/05/09 00:40
공부는 이제 포기했습니다 어제 이짓하다가 쪽지시험도 까맣게 잊고 ㅋㅋㅋ
Commented by Charles at 2006/05/09 03:52
좌파 언론도 우파 언론도 누가 더 많이 맞고 많이 때렸느냐에 집중하는 권투중계식 보도를 하고 있죠. 그 사이에서 중요한 점을 많이 놓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사실 저도 ipSum 님의 글에 시위대의 폭력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보다 편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국가가 국민에게 위임받은 폭력을 행사할 때에는 적당한 절차와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추리 강제집행은 절차적으로 적법한지 의문스러울 뿐만 아니라 이주를 거부하는 주민들에 대한 태도 또한 좋지 않기에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Charles at 2006/05/09 03:52
보상금을 받고 이주를 결심한 사람들은 대부분 떠났고, 지금 대추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 드신 농민이라고 들었습니다만, 그분들에게 대추리는 집이 있는 곳일 뿐만 아니라 몇십 년 동안 근속한 직장이라는 점도 생각해야겠죠. 토지 수용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장소를 국가의 필요에 따라 가져가려 할 때, 제대로 된 대화 시도 없이 공탁해 놓은 보상금을 가져가거나- 군대에 의해 쫒겨나거나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블로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5.18민주화 항쟁과 대추리의 비교에서, 06년의 노무현 정부와 80년의 전두환 정부의 정치적 정당성과 폭력의 수위는 분명 비교할 수 없는 것이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부가 하는 모든 행동이 정치적 정당성을 갖추는 것은 아닐 것이고, 총칼을 쓰지 않는다 해도 대추리에서 보여준 국가의 국민에 대한 폭력 행사에 문제가 없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Commented by ipSum at 2006/05/09 15:33
정부가 전부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그저 제가 열심히 생각해 봐도 "결론은" 정부의 판단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문제는 과정인데, 흐음; 그 문제의 5.18과의 비교 말입니다;;; 정부가 5.18 때처럼 "나빴다"기보다는, 이번엔 "미숙했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긴 국민이 지지하고 돈도 대 주는 정부가 일처리 미숙하게 해서 민심 잃고 돈 날린다면 그 자체로 나쁜 것입니다만, Charles님 말씀처럼 전두환 쪽과는 수위가 다르고 질이 다르죠.

이렇게 제가 굳이 생전 안 들던 정부 편을 드는 이유는(노무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때도 미국이 있었고 지금도 미국이 있다. 그때도 정부가 이권에 눈이 멀어 부조리하고 부당한 처분을 했고 지금도 그렇다. 그때도 민중이 다쳤고 지금도 다쳤다'라는 매우 범주가 넓은 몇 가지 공통점만 가지고 제2의 광주사태니 어쩌니 하면서 성급하게 떠들며 선동하는 태도를 더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본질적이고 원론적인 논의, 소위 '거대담론'은 항상 조심해야 하지요. 끼워맞추면 끼워맞추는 대로 말이 되니까요.
Commented by ipSum at 2006/05/09 15:33
어쨌거나 토지수용절차 한두번 해보는 것도 아닌데 매번 절차 제대로 안 지키다가 싸우고 혈세로 보상금 왕창 때려넣고 그걸로 "자 이제 됐지?" 하며 입막고... 정말 공격패턴을 파악할 지경입니다. 그전에 안동댐인가 댐 수몰지역 토지수용할때도 애초에 정해 둔 예산보다 훨씬 많은 보상금을 지출해야 했죠. 행정청과 국민이 싸움까지 가는 상황 자체도 좋지 않거니와 누가 어떻게 받았든, 과도한 보상금 역시 좋게 보이진 않습니다. 비겁한 입막음이고, 세금의 낭비고, 절차적 미숙함의 반증이니까요.
Commented by 카스미 at 2006/05/20 19:10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제 페이지에 추천글로 올려 두었습니다.
...랄까, 요새는 거의 잠적중이라서 별 효과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ipSum at 2006/05/21 09:55
헛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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