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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런웨이


<프로젝트 런웨이>의 최후의 3인은 제이, 카라 선, 웬디 페퍼였다. 제이와 카라 선은 웬디 페퍼를 몹시 싫어했다. 웬디 페퍼는 디자인 실력만으로 겨룬 것이 아니라 마치 <배틀 로얄>의 참가자처럼 전략을 사용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제작진은 그러한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셋을 한 숙소에 밀어넣었다.

웬디 페퍼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그녀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짐을 풀고,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는 뉴욕으로 다시 돌아온 기분, 그녀의 전쟁통으로 되돌아온 기분을 즐겼다. 다음에 도착한 것은 제이였다. 제이는 기뻐하는 것 같았지만, 방구석에서 웬디를 발견하자마자 돌변했다. "왜 웬디와 같은 방을 써야 하는 거죠? 카라 선은 어디 있지? 카라 선!" 마지막으로 도착한 카라 선은 더 심했다. 웃으며 인사하는 웬디를 보고는,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웬디의 인사는 가볍게 '씹혔다'. 카라 선은 제이에게 찰싹 붙어 호텔 방 안을 보고 싶으니 안내해 달라고 했다.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지고 싶다는 뜻이었다. 방을 보다가 자기가 웬디의 침대와 바로 곁에 있는 침대를 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는 이불과 베개를 싸들고 나와 거실 소파 위에 잘 자리를 만들었다.

숨김없이 싫은 감정을 표현하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무지막지하게 싫은데도 불구하고 싫다고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무섭다'. 초인적인 인내의 결과라면 상관없지만, 그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싫다는 표현을 아주 많이 하면서 그 사람 눈앞에서만 살갑게 구는 사람이라면ㅡ개인적으로, 그런 인격은 더 이상 두고 볼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내가 만약 <프로젝트 런웨이>를 준비하는 입장이라면, 카라 선처럼은 못 할 것 같았다. 사실 일종의 괴리를 느꼈다. 카라 선의 '싫어함'은 너무 완벽한 모양의 감정이어서 되려 감정이 없어 보일 지경이었다. 나는 사람이 인사하는데 그 인사를 아무렇게라도 받아 주지 않을 수는 없다. 말을 거는데 아무 대꾸도 안 할 수는 없다. 아무리 그 사람이 싫어도...

by ipSum | 2006/11/13 23:16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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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복숭아 at 2006/11/14 01:50
프로젝트 런웨이 1인가 보군요. 저는 2만 봤어요. 거기는 아무래도 사회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고, 바로 앞에 상금과 미래가 펼쳐지다보니, 우정이고 뭐고 경쟁 앞에서 소용 없더군요. 근데 그게 맞는 것 같기도... 아무튼 예술 계열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호불호가 더욱 극명하다고 느꼈어요. 프로젝트 런웨이 2도 재미있답니다.
Commented by ipSum at 2006/11/14 11:13
ㅇㅇ 1이었어요. 확실히 가식없고 거칠지만 그래서 오히려 세련된 것 같기도 했어요...
Commented by Profane at 2006/11/14 11:29
'그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싫다는 표현을 아주 많이 하면서 그 사람 눈앞에서만 살갑게 구는 사람' - 이런 사람은 신뢰도에 대한 헛점 때문에 결국 자멸합니다.

혐오를 끝까지 감추며 기회를 노리는 사람, 혹은 혐오라는 감정 자체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인과적인 징벌의 기회를 끊임없이 기다리는 사람들이 정말 무섭지요. 후자는 사람은 밉지 않은데 죄는 밉다- 의 왜곡된 결정판인데, 결국 죄를 벌할 때 형벌은 죄인에게 내려지기 때문에 밉지 않은 사람을 허허 웃으며 파괴시키는 셈이라 좀 섬뜩하긴 하죠.
Commented at 2006/11/14 15:4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ipSum at 2006/11/14 17:04
Profane님 : 음 저도 약간 '인과적인 징벌의 기회를 기다리는' 타입인데...-_-;; 제가 손쓰기는 귀찮고 말이죠. 이러나 저러나 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에너지가 드는 일입니다. 이래서 결국은 무관심으로 흘러가게 되는 모양이에요...

비공개 : 당신이 더 무섭음...
Commented by Lory at 2006/11/20 01:05
가끔은, 그 싫어함이라는 것도. 진짜 싫어함이 아닌 경우가 있으니까요.
그치만 대놓고 인사를 씹기는 쉽지 않죠=_=
Commented by ipSum at 2006/11/20 11:25
응 그러게나;; 어려운 세상.
Commented by 테이_ble at 2006/12/16 00:32
시즌 1 6편까지 봤습니다. 미워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아요. 다 능력있는 디자이너 들이라 즐겁게 보고 있어요.
Commented by ipSum at 2006/12/16 15:33
옷이 정말 눈을 즐겁게 하죠 :D 과제들도 또 어찌나 적절한지; 흥미가 막 저절로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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