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Transformers, 2007) - 허구의잔영


※ 앞으로 영화를 볼 예정이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애초에 보는 영화가 적으니 마음에 안 드는 영화도 적은 편인데, 이 영화는 정말 마음에 안 드는 것들 투성이라 뭐부터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유치함을 예상하지 못한 내 불찰이 크지만, 그래도 정말 이렇게나 말도 안 되게 유치한 영화가-_- 어째서 이렇게나 인기가 좋은지 알 수가 없다. 다들 로봇에 너무 관대하지 싶다. 아니면 내가 본 영화가 아예 다른 버전인 건가? 이렇게 시각이 다를 수가;;

우선 시작부터 끝까지 너무 철저하게 미국적이어서 개인적으로 좀 짜증이 난다. 나는 미국인이 아니야ㅏㅏㅏㅏㅏㅏ 주인공이라는 샘의 캐릭터도 그렇지만, 카타르 미군 기지에서 실로 기적적으로 생환한(찍히지 않은 인간도 죽는 판에 찍힌 인간이 살다니 기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군인들이 결국 막판에 자신들의 힘으로 디셉티콘 중 하나를 해치우는 기나긴 시나리오는ㅡ없어도 되는 것 아닌가? 인간(미국)도 뭔가 전공을 세우고 싶으시다? 그러면 희생도 있어야지, 로봇조차 다리가 없어질 정도의 열전에서, 적어도 대사 있는 인간이라면 공평히 은총이 내리사-_- 단 한 명도 죽지 않고 심지어 부상조차 입지 않는 이유는? 전부 브루스 윌리스? 게다가 인물의 성격은 로봇이나 인간이나 똑같이 일면적이고, 중고차 가게에서 샘이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운운하는 부분을 제하고는 유머도 재미없다.

God Bless America

아니 그리고 옵티머스 프라임은 회로 한켠이 고장났나? 적과 언제 맞닥뜨릴지 모르는데 전력은 하나라도 더 있어야지? 그리고 마지막 보니 샐러리맨들이야 무너지는 건물 안에서 죽든말든 상관하지도 않더만? 특유의 정신을 발휘하여 '자 인간들이 다치니 다른 곳에서 싸우자. 지구에는 이보다 사람이 적게 사는 곳도 많다' 같은 기특한 소리를 한다거나, 하다못해 그들을 일일이 받아내다가 메가트론한테 맞아서 머리장식 한 개라도 날아간다거나, 뭐 그런 설정이나 있었으면 말을 안해?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범블비를 되찾아오는 과정에서라면, '실수로' 인간이 몇 죽더라도 그 피해를 감수하지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하기사 프라임 자신부터가 목적을 위해서는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로봇이니 범블비도 자기처럼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자기는 간지나게 큐브를 가슴 중앙에 박고 영웅심을 만끽하며 죽겠지만 범블비는 호기심 많은 인간에 잡혀 산 채로 냉동될 것이라는 게 좀 다르지만 말이다

게다가 재즈가 로봇 잔해 신세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오, 재즈...'하고 2초간 슬퍼하더니 '하지만 새로운 동료를 얻었다'라며 급방긋? 새로운 동료라니? 나는 별로 당신 팀에 끼고 싶지 않다? 동료는 전사이고, 전사의 덕목은 희생! 샘도 이제 재즈처럼 여차하면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당당한 동료가 된 것인가!

불쌍하기 짝이 없는 재즈... 그래도 '해보자는 건가?'라고 하며 허세 부리는 재즈를 메가트론이 찢어발기는 장면은 관객의 의표를 찌르는 단 하나의 장면으로,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였다. 그리고 작은 로봇 프린지는 좀 무서웠다. 핸드폰으로 변신하다니 18세이상 판정이라도 받는 날에는 누구 하나 귀 쪽으로 관통상 입고 죽을지도?

뭔가 속편이 나올 분위기이긴 한데, 프라임이 광전사가 된다면 모를까=_= 이 시리즈는 영영 볼 생각이 없다.


덧글

  • 2007/07/15 22:0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ipSum 2007/07/15 22:36 # 답글

    우리 후배는 6세 아이의 눈으로 보라고 햇어 ㅎ
  • Beatrix 2007/07/16 02:30 # 답글

    1. 올해 상업영화 및 고전영화를 대략 170여편 보았는데, 이 영화는 꽤나 괜찮았던 편. 역시나 시각차이인 것인가.

    2. 미국사람이 만든 미국영화이니 미국대찬가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 마이클 베이 감독 영화에서 뭐 그런걸 기대해,, 저만큼이라도 재미나게 찍은 것이 용할 따름 =ㅅ=

    3. 분명 무지막지한 블록버스터인데 다치고 죽는 장면이 안나오는 것은 이 영화가 12세 관람가이기 때문. 흥행을 노리고 만든 영화이니 심의에서 관람불가 연령을 최대한 낮출 필요가 있었고 그 결과 사람이 피흘리고 다치는 씬은 단 한컷도 안나옴. 예고편만 보면 무시무시한데 정작 영화에선 피 한방울 흘리는 인간이 없으니 아이러니지. 허허.

    4. 유머도 재미없다는 부분은 다소 의외인걸. 내 생각엔 어떤 관객들과 같이 보았느냐가 중요한 듯. 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두 번 보았는데, 처음 보았을 때는 다같이 웃고 떠들면서 보아서 정말 재밌었거든. 두번째 보았을 때는 사람들이 일부러 소리죽여 웃는 바람에 그런 분위기는 나지 않았음. 난 그 대사가 제일 웃겼다는,, "지금 이 아이의 호르몬 상태로 보았을 때 짝짓기를 갈망하고 있는데요..." [초뻘쭘] 이런거 말고 보다 고차원적 유머를 원하신다면 담달에 개봉하는 심슨무비를 강추하겠삼. ㅋㅋ
  • A-Typical 2007/07/16 10:06 # 답글

    마이클 베이는 진주만을 만든 감독이지요. 진주만은 본 적이 없는데 Team America : World Police에 나온 곡의 가사로 대충 짐작을 하고 있어요. http://atypical.egloos.com/2739837
  • 나절가웃 2007/07/16 18:24 # 삭제 답글

    보는 내내 영화관의 스피커를 몇개만 던져버리고 싶었다.
    광광광광... 나 심장 약하단 말야. 훌쩍. ㅠㅜ
  • 나절가웃 2007/07/16 18:28 # 삭제 답글

    트랜스포머 이 새끼는 그렇다치고...
    해리포터는... 루핀교수가 넘 조금 나와서 화내는줄 알았다. 게다가 내 기억으로는 입도 뻥긋하지 않으셨다. 꿔다놓은 보릿자루 처럼 서 있는 장면조차도 몇신 나오지 않는다.
    나 데이빗 듈리스 좋아하는데... 게리 올드만도 고것밖에 안나오다니... 망할것들.
  • ipSum 2007/07/17 09:19 # 답글

    Beatrix : 사람이 피흘리는건 잔인하고 로봇이 다리잘리는고 찢기고 하는건 잔인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스크린 밖 인간 vs 인간이 다칠까봐 전전긍긍하는 스크린 안 로봇 옵티머스...-ㅅ- 완전소중인간인가.

    내가 젤 재미없었던건 아저씨 옷벗기는거...

    A-Typical님 : 저는 진주만 봤다는... 사실 '마이클베이' 보고 꽤 망설였다는...
    좀 비약일지 몰라도 미국애기들이 저런거보고 주입식교육 받을 생각까지 하면 아무래도 짜증이 나요. 차라리 같은 할리우드식 미국찬가라도 좌파냄새 나는 굿셰퍼드가 낫지

    나절가웃 : 분노했구만ㅎ 글쎄 최소한 사운드는 잘만들었던데...

    해리포터도 메롱이냐 게리 올드만은 나도 좋은데; 그영화는 원래 애들 비추느라 정신없음ㅋ
  • 나절가웃 2007/07/17 16:04 # 삭제 답글

    영화관 소리가 너무 컸어. 스피커가 귀 옆에 바짝 붙어있어서 심장 쿵쾅쿵쾅. 단순히 뛰는 것 같은 기분이 아니라. 정말 그런거... 울렁증 생기는 줄 알았다.
    건방진 영화관...

    그나저나 해리포터의 애들은 더이상 애들이 아니더라. 해리는 이제 무섭....기 까지 하다.
  • ipSum 2007/07/21 18:30 # 답글

    ...덜덜

    어 그러고보니 함께 영화를 본지도 오래되었네 ㅎ 언제한번 보실까.
  • 2007/07/25 10:4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ipSum 2007/07/29 19:37 # 답글

    비공개 : 히엑 ㄳ

    옛날에 좋아하던 만화영화 다시 보면 얼굴 전체가 뜨겁지... 좀 그런 느낌이었음 :$
    공대 다니는 동생은 초 재미있었다는데 ㅋㅋㅋ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