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e and seek - 생활의기억


졸업을 위해 겨울학기에 서양현대철학 강의를 들었다. 시험은 없었고 레포트만 냈다. 레포트는 자유주제. 강의가 중반을 넘어가니 교수님으로부터 레포트 주제를 정하라는 압력이 들어왔다. 그러나 나는 강의 중 항상 딴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이데거나 프로이트나 라캉이나 후설이나 다 그 나물에 그 밥인 것만 같고 그들에 대한 학술적인 주제라고는 통 떠오르질 않았다. 그래서 그냥 개인사에 대해 쓰면 안 되겠냐고 물었더니 뭐, 괜찮다 하셨다. 개인사... 마침내 쓰기는 썼다. 그러고는 라캉을 좀 싫어하게 되었다. 매력적인 남성이었을 것 같긴 하다. 한쪽에만 손잡이가 달린 고리를 제멋대로지만 솜씨좋게 다루는 사람. 스스로의 매력에 대한 자기확신이 보였다.ㅡ말하자면 이 '보였다'는 부분이 아쉬운 것이다. '엿'보였다면 좋았을 것을.

덧글

  • Profane 2009/02/20 11:20 # 답글

    자신의 마이너한 우월함에 확고하게도 당당한 사람이죠. 라캉은. 좀 비뚤게 말하면, 너무 마이너해서 경쟁자 자체가 없달까 ;; 그러니 세계최고죠.
  • ipSum 2009/02/23 14:32 #

    마이너한 우월함+_+ 그렇군요 그러한 세계최고...
    수업의 끝자락에서 교수님이 "사실 정신의학분야에서는 라캉의 이야기들은 거의 무가치하다고 봅니다"라고 하셨을 때의 반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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